코로나 바이러스로 촉발된 시장 충격으로 글로벌 지수가 폭락하면서 VIX지수가 뉴스에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VIX지수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최고치를 넘어섰고 이제 VIX지수가 이 정도 왔으니 시장의 바닥을 확인한 것이라는 예측도 나옵니다. 또 누군가는 이 와중에 VIX지수에 투자해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빅스(VIX)지수란
우리가 흔히 VIX라고 부르는 Cboe Volatility Index는 CBOE(Chicago Board Options Exchange)에서 관리하는 INDEX로 시장의 변동성과 공포심리를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도구입니다.
VIX는 1993년 듀크대학의 로버트 웨일리(Robert Whaley) 교수에 의해 개발되었습니다. 1990년대는 각종 신용파생상품이 등장하면서 금융공학이 월가에 본격적으로 확대되던 시기이고 국내에도 MBA 열풍이 불기 시작한 시기입니다.
CBOE 외에도 시카고에는 우리가 좀 더 많이 들어본 CME(Chicago Mercantile Exchange)라는 세계 최대의 선물거래소도 있습니다. CBOE와 CME는 모두 상장되어 있는 기업으로 경쟁관계에 있는 거래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초 CBOE는 CBOT의 자회사였고 CBOT가 CME랑 합병하면서 CBOE만 별도로 분리되어 나왔습니다.)
세계 최대의 선물, 옵션거래소가 모두 시카고에 있고 이건 제시카가 나온 일리노이 시카고대학 경제학과가 유명한 이유와도 분명 관련이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시장 변동성의 측정과 옵션의 이해
VIX지수는 시장의 미래 변동성을 나타내는 index이므로 먼저 변동성이 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장의 변동성은 말 그대로 가격이 아래 위로 움직이는 변동폭을 의미합니다. 가격이 있고 거래되는 것이라면 변동성이 있기 마련이겠죠.
변동성을 측정하는 방식에는 주로 과거의 가격 변화 추이를 관찰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러한 방식을 Historical Volatility 즉 역사적 변동성이라고 합니다. 과거에 발생한 일련의 숫자들의 표준편차 같은 것이 바로 Historical Volatility 이겠지요. 그리고 이러한 역사적 변동성은 여러 형태로 가공되어 기술적 분석에 활용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변동성을 측정하는 방식의 다른 한 가지는 옵션의 가격을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내재변동성(Implied Volatility)라고도 말하며 어떤 가격이 얼마만큼 변화할지에 대한 시장의 예측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옵션의 가격은 Black Scholes Model로 계산됩니다.
VIX지수는 옵션의 가격결정과 거래방식을 모르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습니다. 수학적인 접근은 어렵더라도 직관적인 이해는 필요합니다. 아주 간단히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삼성전자가 현재 5만 원이라고 해봅시다. 그리고 3개월 뒤에 삼성전자를 4.9만 원에 살 수 있는 풋옵션이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면 이 풋옵션을 매수한 사람은 삼성전자가 3개월 뒤에 4.9만원 아래로 하락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풋 옵션 가격은 삼성전자 주가가 올라갈수록 점점 행사가능성이 떨어지니 가치도 하락할게 분명합니다. 또 5만원 이상의 주가가 유지된 채 시간이 갈수록 옵션의 가격도 하락할 것입니다.
반대로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하고 좀 더 하락할 거라고 믿는 사람이 많아지면 4.9만원에 삼성전자를 팔 수 있는 이 풋옵션의 가치는 점점 올라가게 됩니다. 이처럼 삼성전자 옵션의 움직임은 삼성전자의 미래 가치 변화에 대한 시장의 기대심리를 보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참고로 옵션은 복권 같은 거라 만기까지 행사 가격에 오지 못하면 그냥 사라지는 상품이고 가격의 변동폭도 기초자산보다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VIX의 변동성도 기초자산보다 훨씬 크게 움직입니다. 시장이 10% 하락할 때 VIX지수는 200% 이상도 상승할 수 있습니다.)
이제 이걸 시장 전체로 확대해 보겠습니다. 시장이 앞으로 폭락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풋옵션의 가격은 급등하게 됩니다. 이전에 행사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이던 풋옵션(외가격이라고 표현합니다)도 이제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거래 가격이 수백 배씩 오르는 일도 생깁니다.
이 처럼 시장 변동성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심리와 공포감은 옵션의 가격 변동을 통해 수치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VIX 지수는 이러한 내재변동성(Implied Volatility)을 바탕으로 시장의 변동성에 대한 기대치를 수치화한 것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CBOE는 만기가 30일가량 남은 다양한 SPX의 콜옵션과 풋옵션의 행사 가격을 조합해서 VIX지수를 산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래 표에서 보시는 것처럼 이렇게 측정한 VIX의 미래 변동성 값은 S&P500의 실제 변동성과 매우 일치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빅스(VIX)지수 값의 의미
2020년 3월 20일 기준 VIX지수는 66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VIX지수 조회는 http://www.cboe.com/에서 가능합니다.) 며칠 전 사상 최고치인 85.5를 기록한 이후 다소 하락한 수치입니다. 66은 어느 정도의 변동성을 예측하는 것일까요? CBOE의 설명에 따르면 VIX 값이 보여주는 2주간의 시장 변동폭은 대략적으로 아래와 같다고 합니다.
VIX Index ~16 = 1% daily SPX moves
VIX Index ~32 = 2% daily SPX moves
VIX Index ~48 = 3% daily SPX moves
VIX Index ~64 = 4% daily SPX moves
즉, 현재 VIX지수는 당분간 시장은 폭락이 지속될 수 있고 여전히 예측 불가능할 것이라는 수준이란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빅스(VIX)지수의 해석과 투자 활용
그럼 이러한 VIX지수를 이용해서 시장 전망이 가능할까요? 아래의 S&P500지수와 VIX의 차트를 보면 VIX지수는 시장을 예측하는 아주 훌륭한 도구로 보입니다. 실제 이 둘 간의 역 상관관계는 70~80%에 이른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하지만 VIX지수는 방향성이 없는 단지 변동성의 크기일 뿐입니다. 기본적으로 시장이 안정적이라면 헤지의 수요도 감소하기 때문에 VIX지수가 낮게 측정되고 그 반대의 경우에서 VIX지수가 상승하겠지만 어느 수준에서 시장의 방향이 전환할지를 알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특히 안정적이고 단기적인 구간에서는 더욱 VIX지수는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합니다.
보통 VIX지수가 40 이상이 되면 공포 국면에 진입했다고 하고 20 이하에서는 과열국면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VIX지수가 낮을 때가 과열국면인지, 추가적인 상승국면을 보여주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다양한 해석이 있고 그다지 의미 있는 시그널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VIX지수는 지금과 같은 시장의 폭락 상황에서 좀 더 의미 있게 활용되곤 합니다. VIX지수가 급등했을 때 시장 참여자가 패닉에 빠졌음을 보여주는 수치적 근거로, 그리고 시장의 바닥이 가까워졌다는 해석의 근거로 활용됩니다.
이는 변동성이 극대화되고 시장의 공포가 극대화되면 주식은 필요 이상으로 하락한 상태이므로 이제 사도 될 것이라는 논리적인 접근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전고점 대비 하락폭이라는 직관적인 수치와 더불어 VIX는 시장의 공포를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수치입니다.
문제는 VIX지수가 어디까지 올라야 고점인지 즉 시장의 공포가 극대화된 시점인지 또 그때부터 언제가 지나야 시장의 바닥이 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이번 코로나 국면에서도 VIX지수가 80 이상으로 급등할 것이라고는 쉽게 예측하지 못했고, 또 지금부터 VIX지수가 추세 하락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쉽게 확신할 수 없습니다.
며칠 전 WSJ 기사를 보면 많은 트레이더들이 VIX지수의 하락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일부는 VIX가 100 이상으로 오를 것에 배팅하기도 했다는 내용이 실렸습니다.
그리고 2월 KOSPI가 2,000을 하회하고 내려갈 당시에도 VIX가 50을 넘었고, 이제 주식시장의 저점에 가까워졌다는 분석이 있기도 했습니다.
빅스(VIX)지수의 History
그럼에도 VIX지수가 의미 있는 것은 90년대부터 장기간 관측되어 왔다는 점과 시장의 실제 움직임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주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과거 발생했던 다양한 시장의 이벤트에서 보여준 VIX의 변화를 기준으로 현재 발생한 이벤트가 시장에 줄 영향을 비교하고 예측해보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럼 실제 VIX지수는 어떻게 움직였는지 보겠습니다. 아래 차트를 보면 2010년 이후 시장의 충격이 있을 때마다 BIX지수는 크게 상승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1년 양적완화 종료(tapering) 이슈 당시 VIX가 50 가까이 상승했고, 2015년 중국 위안화 Devaluation 시기, 최근 미중 무역분쟁 시기 등에서도 VIX지수의 상승과 시장의 저점이라는 비교적 의미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2008년 11월 금융위기 시에는 VIX지수는 80.7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장중 기준으로는 이 보다 높았다고 합니다만, 어쨌든 이번 코로나19로 금융위기 당시의 VIX 최고치를 이미 넘어섰습니다. VIX지수만 보자면 이미 시장의 공포는 금융위기 수준을 뛰어넘었습니다. (전 고점 대비 낙폭으로 보면 아직 금융위기 수준까진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과거 VIX와 시장이 장기간 비교적 일관성 있게 보여준 흐름을 통해 지금의 위기가 과연 과거 어느 수준인지 그리고 시장이 충격에 반응하고 회복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과거 어느 수준일 것인지를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만 있다면 VIX지수를 통한 시장 대응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공포에 대한 시장과 시장 참여자의 반응은 이번에도 일관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되니까요. long-term 하게 봤을 때 VIX 지수의 고점과 시장의 저점은 동시에 발생되기도 했고 1~3달의 차이를 두고 시장의 저점이 뒤늦게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시장의 저점을 알려주는 magic chart 같은 건 어디에도 없습니다. 모든 기술적 분석의 한계와 마찬가지로 VIX지수 역시 시장의 방향성을 예측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다만, 현재 시장이 어느 정도의 공포를 반영했는지 그리고 과거 그 공포 수준에서 시장이 어떻게 움직였는지에 대한 수치를 가지고 있다면 좀 더 이성적인 판단이 가능하리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VIX지수의 또 다른 활용 (VIX ETF, VIX ETN)
VIX지수 자체는 거래가 되지 않지만 VIX 선물과 옵션 형태를 통해 거래가 가능하고 이를 추종하는 ETF와 ETN을 통해 개인투자가들 역시 VIX에 투자가 가능합니다. 이론적으로 보면 VIX선물과 지수선물 간 상관관계를 활용한 차익거래도 가능할 것이고 현물 포트폴리오에 대한 헤지수단으로도 쓰입니다.
하지만 개인들의 VIX관련 ETF 투자는 대부분 방향성에 배팅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시장이 안정적으로 움직일 거라면 Inverse Volatility ETF를 매수하면 되고 향후 시장이 하락할 것이라고 혹은 하락에 대비한다면 Volatility ETF를 매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Inverse Volatility ETF는 옵션의 매도와 같은 구조라 지금 같은 시장의 예상치 못한 충격이 발생하면 몇 년간 번 돈을 한 번에 날릴 수 있습니다. (실제 청산된 ETF도 있습니다.) 그리고 Volatility ETF의 경우 장기간 보유 시 현물보다 비싼 선물을 사고 그 선물을 만기 시마다 이월 물로 롤오버 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인 손실이 발생하게 됩니다.
삼성전자와 KODEX200을 가지고 있지만 시장이 빠질지 모르니 보험으로 VIX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은 매우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10년에 한 번 있을 시장 폭락에 대비하는 방법으론 그다지 현명하지 못한 방법입니다. 매주 복권에 10만 원을 쓰는 사람이 현명해 보이지 않는 것과 비슷합니다.
아래는 주요 VIX관련 ETF들입니다. 올해 수익률을 보시면 VIX관련 ETF(ETN)의 특징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규모로 거래되는 상품은 iPath S&P 500 VIX Short-Term Futures ETN (VXX)입니다.
* KOSPI에는 VIX와 같은 개념으로 거래소에서 산출하는 VKOSPI 지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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