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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과 투자전략

증시과열의 끝 혹은 대세상승의 시작 (KOSPI 3000)

2021. 1. 17.

코스피가 3,000pt를 넘으면서 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코스피 1,300pt 붕괴를 걱정하던 때가 채 1년이 되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이런 과열에 대한 우려는 자연스럽기도 합니다.

 

 

코스피는 지난 1년간 37.95%가 상승했고 올해 기준으로도 7.39%가 상승했습니다. 52주간 코스피가 1,439pt에서 3,266pt까지 움직였는데 이런 변동성은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2009년 이후 처음입니다.

 

시장의 과열을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이러한 코스피의 급등에 대한 부담입니다. 급등 역시 급락과 마찮가지로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고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는 리스크입니다. 

 

누가 코스피를 움직였나?

 

지수 급등에 따른 변동성 확대와 별도로 시장의 과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먼저 수급의 변화를 살펴봅니다. 최근 몇 일간 개인은 수조원대의 순매수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한 맺힌 매수라는 표현이 등장할 만큼 시장 조정 시마다 개인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고 있습니다. 

 

지난 1개월간 개인은 12조원 이상을 매수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개인이 홀로 시장을 상승시켰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작년 3월 외국인의 매도세로부터 시장 하락을 동학개미들이 지켜내고 그 이후 지속적인 매수 흐름을 이어오고 있습니다만, 올해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대형주의 급등과 코스피 3천 포인트 돌파에는 외국인의 매수세도 한몫 했습니다. 

 

아래 최근 6개월간 코스피의 수급동향을 보면 개인은 약 26.9조원을 매수했고 외국인도 약 5.9조원을 매수했습니다. 코스피 외국인 지분율 역시 6개월 전 20년 7월 15일 35.86% 에서 21년 1월 15일 기준 36.94%로 증가해 있습니다. 

 

여기엔 반도체 중심의 국내기업의 실적개선 기대감과 원달러 환율의 우호적인 흐름이 크게 기여했습니다. 결국 일부에서 우려하고 있는 기관과 외국인 매도에 맞선 개인의 빚투, 영끌이 이번 시장상승의 전부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최근 6개월간 수급동향 (KOSPI, ETF포함)

 

신용잔고를 보면 과열인데...

 

물론 개인의 매수세가 전례없이 강하고 거기엔 사상 최대의 신용잔고도 크게 기여했습니다. 굳이 수치로 확인해보지 않더라도 주변분들의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만을 보더라도 시장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유튜브를 통한 시장 정보의 확산과 주식을 통한 투자 성공 사례가 주식에 대한 관심이 없던 많은 이들을 주식시장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우려스러운 것은 신용잔고, 즉 신용거래융자가 21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연일 갱신하고 있는 점입니다. 과거 주식시장과 신용잔고는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유사한 흐름을 보여왔습니다. 시장 상승과 동반한 신용잔고의 증가가 고점에서 시장 급락을 유발하는 흐름이 장기간 관찰되었습니다.

 

다만 인과관계를 본다면 신용잔고가 주식시장을 이끈다고 보기보다는 주식시장이 상승하면서 신용잔고도 증가하고 시장이 하락하면 신용잔고도 같이 줄어든다고 봐야겠지요. 우려스러운 점은 과도한 신용잔고가 조정 시 급락을 유발하고 개인들의 손실을 확정하고 회복하기 힘들게 만드는 점입니다. 

 

어찌됐든 증권사별 한도가 소진될 만큼의 신용잔고의 증가는 우려스럽고 과열을 보여주는 지표임에는 분명합니다. 

 

 

투자의 문화가 바뀌는 것은 아닐까?

 

신용잔고의 증가가 현재 시장의 분위기와 하락시의 충격이 어느 정도일지는 보여줄 수 있지만 시장의 고점이 언제인지를 보여주진 않습니다. 이미 신용잔고는 지난 고점을 넘었고 장기적으로 보면 기울기의 문제일 뿐 자금의 양은 앞으로도 증가할 것입니다.

 

대기자금으로 판단하는 투자자 예탁금 역시 67조원을 넘어 70조원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신용잔고 대비 투자자 예탁금 비율로 봐도 시장의 대기자금은 충분합니다. 저금리 여건 속에서 부동산에 몰려있던 시중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시장의 조정이 온다고 해도 이러한 대기자금이 충격을 흡수하고 기간조정에 그칠 여지 역시 충분합니다. (물론 시장이 하락하면 투자자의 예탁금 역시 감소할 여지도 있습니다. 시장은 사람의 마음을 바꾸니까요.)

 

거기에 더해 간접투자 중심에서 직접 투자로 투자의 형태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앞서 수급현황에서 보듯 기관의 펀드 자금은 계속 줄어들고 있고 유튜브로 무장한 개인들이 직접 투자에 나서고 있습니다. 성의 없고 비 전문적인 은행 창구 직원의 펀드 설명 보단 유튜버들의 종목 얘기가 더욱 친절하고 개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입니다.

 

직접투자로의 변화와 투자성공의 경험은 개인들의 시장에 대한 대응을 더욱 적극적으로 변화시킬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흐름이 일시적일 것인가? 아니면 과거 Buy KOREA나 코스닥 투기열풍 때처럼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그러한 판단에는 장기적으로 개인들의 자산운용 패턴이 부동산과 예금중심에서 변화할 것인가와 국내 기업들의 성장이 지속될 것인가에 달려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전체 가계자산의 2/3 정도가 부동산입니다. 그래서 더욱 부동산 가격은 민심을 좌우하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반면의 미국과 유럽, 일본의 경우에도 부동산이 가계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 이하입니다. 주식투자 비중 역시 한국이 미국 등에 비해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수도권에 집중된 부동산 수요/공급 문제와 외부 변수에 취약한 국내증시의국내 증시의 과거 박스권 흐름 등이 반영되어 있겠지만 한편으로 부동산에 집중된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국내 증시의 기초 체력이 강화된다면 장기적으로 주식시장에 유입될 자금은 가계자산은 아직도 충분하고 이제 시작일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코스피의 변화

 

과거 국내 주식시장을 섹터별로 보면 전기전자, 석유화학, 금융, 철강, 조선, 건설 등이 비슷한 비중으로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IT와 바이오의 비중이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MSCI South Korea ETF 기준으로 현재 IT가 차지하는 비중은 37%를 넘어섰습니다. 기존 메모리 반도체에 더해 시스템 반도체로 성장 영역이 확대되고 있고 2차 전지, 5G, 바이오, 자율주행과 전기차 등 새로운 고부가 가치 산업이 코스피를 성장시키고 있습니다.

 

 MSCI South Korea ETF

 

특히, 코로나가 이러한 국내 시가총액 상위 섹터와 기업들의 성장속도를 더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한국은 G20 중 가장 뛰어난 GDP 성장을 보이고 있고 올해와 내년 KOSPI 상장사의 순이익은 50~20%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 10년간 미국시장의 성장과 비교할 수 있습니다. S&P와 나스닥은 구글, 아마존과 같은 대형 IT 기업들의 성장을 토대로 이들 기업의 시장내 비중 증가와 함께 눈부신 상승을 보였습니다. 

 

 

지난 5년간 나스닥이 183% 오르는 동안 코스피는 64%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1년 간만 보면 코스피도 나스닥과 같은 속도의 상승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안에는 동학개미들의 선전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코스피의 변화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코스피(KOSPI) PBR 1.2배 

 

20년 3월 PBR기준 0.7배 이하로 하락했던 코스피는 이제 PBR 1,2배까지 상승했습니다. 지난 10년간 국내 기업의 ROE 하락으로 PBR 저점을 계속 낮춰왔던 코스피가 이제 ROE 상승을 바탕으로 밸류에이션 확대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과거 코스피는 PBR 1.4배 수준까지 거래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과거 저점으로 인식되던 PBR 1배의 저항선도 이제는 의미가 없어져버렸습니다. 2차전지, 바이오 등 신규 혁신산업의 본격적인 등장과 IT 중심의 코스피의 섹터 변화로 더 이상 과거의 PBR 밸류에이션을 시장의 고점과 저점으로 활용하는 것이 무의미해진 것입니다. (금융위기 당시 2배 이하로 하락했던 S&P PBR의 경우 현재 4배를 넘어섰습니다.)

 

단기급등에 따른 기술적인 지표의 부담과 신용잔고의 증가 등은 코스피의 과열을 경고하는 요인이기는 하나, 그 보다는 기술발전의 속도와 코로나로 인한 삶의 형태의 변화 등으로 인한 주식시장과 코스피의 변화가 더 크게 다가옵니다. 그러한 변화가 지속되면 코스피 밸류에이션 변화와 투자문화의 변화로도 이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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