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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별 이슈 및 관심 종목/Consumer Products

남양유업의 덕분우유와 주식투자의 자세

2021. 2. 28.

남양유업이 농협과 함께 판매액 일부를 의료진에게 후원하는 덕분우유를 출시했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판매액의 5%를 적립해서 코로나19 의료진에게 기부한다는 내용입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밤낮없이 고생하는 의료진들에게 응원과 격려의 일환으로 이러한 제품을 만들게 됐다"며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의료진을 포함한 우리 모두가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덕분우유에서 남양유업의 진심을 느낄 수 있는가와 별개로 덕분우유가 남양의 기업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될까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판매액의 5%를 농협과 남양이 각각 50%씩 부담하더라도 매출액의 2.5%를 기부한다면 개별 상품단위로 보면 적은 금액은 아닌데 좀 더 효율적인 마케팅은 없었을까하는 생각입니다.

 

 

코로나로 의료진들이 고생하는 것은 안타깝고 고마운일이나 의료법 개정에 반대해 접종을 거부하겠다고 협박을 일삼는 의협 덕분에 의료진에 대한 인식이 그다지 좋지 않은 시기이기도 하거니와 사회적 배려의 우선순위라는 측면에서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소상공인에 비해 의료진을 굳이 앞세울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게다가 "(의료진)덕분에" 라는 코로나 초기 사회적 운동이 의사 충원을 반대하는 일부 의사들의 "덕분이라며" 라는 조롱 때문에 퇴색한 상황이기도 합니다.

 

기부도 착한일도 많이 해본 사람이 잘합니다. 남양유업 불매운동의 시작이 대리점과의 마찰, 갑질 때문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덕분우유보다는 자사의 대리점이나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마케팅이 좀 더 와 닿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어쨌든 남양도 기업차원에서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일은 바람직해 보입니다. 남양에 투자한 2,511명의 소액주주를 생각해서라도 말입니다.

 

 

얼마전 남양유업은 10년 만에 매출 1조원 아래로 하락하는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2020년 매출액 9,537억원, 영업이익 -76백만원, 당기순이익은 -68백만원으로 적자전환과 매출 감소를 함께 보여주었습니다. 

 

 

지난해 코로나 영향이 불가피했다고 하더라도 경쟁사 매일유업의 실적을 비교해보면 이러한 실적 감소세가 짐작하다시피 단순히 코로나 영향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남양유업 매출액 추이

 

남양유업이 2015년 매출 1,2조원에서 전년도 9,937억원으로 감소하는 동안 매일유업은 2017년 8,812억원에서 올해 1,5조원까지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매일유업 매출액 추이 및 전망

 

이러한 실적은 주가에도 그대로 반영됩니다. 아래는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의 지난 3년간 주가추이 비교 그래프입니다. 당연히 파란색이 매일유업, 검은색이 남양유업입니다. 반사이익이 기대되었던 매일유업도 주가가 못 오르긴 했지만 남양유업의 경우 3년간 주가는 70만원에서 현재 29만5천원까지 하락했습니다.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의 주가추이 비교

 

현재 남양유업의 PBR은 0.28배, 매일유업의 PBR은 1.28배 수준입니다. 턴어라운드가 된다면 하는 공격적 투자 마인드를 가진 분들이라면 관심을 가질만한 밸류에이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PBR 0.5배의 주가에서도 누군가는 그런 마인드로 매수를 결정하지 않았을까요?)

 

남양유업은 외국인의 지분이 높은 종목이기도 합니다. 현재 외국인 지분율은 23.6% 정도이고 우선주의 경우 80.14%의 외국인 보유율로 LG생활건강우선주에 이어 외국인 보유율이 가장 높은 종목 중 하나입니다.

 

외국인 역시 현재 남양유업을 투자하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과 마찬가지로 경쟁기업이 제한적인 안정적인 내수주로서의 성격과 우량한 재무현황 등의 장점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으리라 짐작됩니다. 

 

 

(현재 남양유업의 총 자본은 8,775억원, 총 부채는 1,428억원 수준이며 여전히 순현금 상태의 재무현황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백미당 등 사업다각화를 위한 노력들을 진행하고 있지만, 실적과 주가의 진정한 반등은 남양브랜드 숨기기가 아닌 근본적인 기업의 이미지 개선에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그리고 홍원식 회장 이후 3세 경영에 대한 뉴스들이 나오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아직은 불확실성의 측면에서 소비자뿐만 아니라 투자자 역시 여러모로 긍정적인 접근이 조심스러워 보입니다. 

 

언젠가 대리점과의 상생협약, 덕분우유 출시 등 남양유업의 여러 노력들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되면 실적도 주가도 반응하는 순간이 오긴 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덕분우유는 마케팅 차원의 섬세함이 아쉬운 느낌입니다.)

 

서울신문

 

투자는 그 기업의 주인이 되는 마음으로 해야합니다. 굳이 ESG가 아니더라도 어떤 기업의 주인이 될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내부유보율이나 순차입금 외에도 많은 것들을 고려해야 합니다. 남양유업은 여러모로 향후 다양한 투자관련 책들에 사례로 등장할 만한 기업입니다. 아무쪼록 그 결말 만큼은 아름다운 사례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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