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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기초

영구채의 발행 조건과 주가 영향 (서진시스템 사례 분석)

2022. 1. 9.

영구채의 성격

 

영구채는 만기가 없다는 의미의 영구와 채권을 결합한 의미로 만기가 없는 채권을 뜻합니다. 이자는 지급하지만 만기가 사실상 없다는 점에서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을 띠고 있으며, 표면적으로는 채권이지만 원금상환 의무가 없다는 점에서 자본으로 분류됩니다. 

 

기업이 일반 회사채가 아닌 영구채를 발행하는 이유는 자금을 빌리면서 부채를 확대하지 않으려는 필요에 의해서입니다. 더이상 부채규모를 높이면 신용등급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되거나 손쉽게 자본을 확대할 필요가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KB금융 신종자본증권 발행 내용

 

이러한 영구채는 최근 일반기업들도 많이 발행을 하는 추세이지만 보통 신종자본증권이라는 이름으로 KB금융지주와 같은 금융기관에서 바젤 기준의 BIS비율을 관리하기 위해 발행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영구채 발행조건

 

기업이 발행한 채권이 영구채로 즉, 자본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만기가 없고 (30년 이상 동일 조건으로 발행회사가 연장을 선택할 수 있음), 일반채권보다 상환조건이 후순위이며, 콜옵션을 통해 조기 상환이 가능하며, 5년 이내에는 상환되지 않는 등의 제약조건이 있습니다. 

 

국내 비금융기업 발행 영구채의 일반적 Case (자료 : 한국기업평가)

 

(금융기관의 경우 바젤에서 정하는 자본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특정 조건 시 이자 미지급 등 자본의 성격을 더하는 추가적인 제약조건 들이 있습니다.)

 

국내 일반기업들 중에는 두산인프라코어가 최초로 영구채를 발행했으며 (지금의 영구채와는 풋옵션 부여 등 다소 조건이 틀립니다.) SK그룹과 CJ그룹에서도 영구채 발행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입니다.

 

두산인프라코어 영구채 발행구조

 

서진시스템의 영구전환사채 발행 사례 분석

 

최근에 발행된 서진시스템의 영구채를 통해 영구채의 자세한 발행조건과 내용을 보겠습니다. 서진시스템은 21년 12월 총 1,880억 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했습니다. 그중 1,100억 원과 600억 원을 영구채 형태로 발행했는데 아래 공시는 1,100억 원의 영구 전환사채의 발행 공시 내용입니다.

 

서진시스템 영구 전환사채 발행 공시

 

주요한 발행 조건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발행금액은 1,100억원

- 사채 만기는 30년(2052년 2월 4일)

- 만기는 횟수의 제한 없이 30년간 추가 연장 계속 가능 

- 사채이율(금리)은 4.25% 

- 사채이율은 5년 이후 8%에서 12%까지 매년 1% 상승 (Step up)

- 전환청구기간 : 2023년 2월 4일 ~ 2052년 1월 4일

- 전환가액은 주당 47,000원 (영구 전환사채로 발행)

- 1년 경과 이후 주가 7만 원 20일 연속 상회했으나 전환권 미행사시 2.5%로 이율 조정 

- 발행회사는 5년 경과 후 조기상환청구권 (Call option) 행사가능 (만기 전 조기상환 가능)

 

그럼 이번 서진시스템의 영구 전환사채 발행은 회사와 주가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서진시스템 개별기업의 영구채 발행에 대한 분석은 이미 많이 나와있는 내용이라 위 발행조건에 따른 일반적인 영향만을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발행회사는 대규모로 현금을 조달하면서도 자본금을 확대되고 부채비율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확대할 경우 회사의 지분율에 바로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되므로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서진시스템의 경우 2023년부터 보통주로 전환이 가능한 조건이라 2년 뒤 주가가 전환가액 47,000원을 상회한다면 콜옵션 행사로 조기상환이 가능한 5년 이전에 보통주로 전환이 될 가능성이 크고 지분 희석이 동반될 것입니다.)

 

그러나 차입금 이자에 대한 부담은 일반채권과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영구채의 기간 특성 등에 따라 3년 만기 회사채보다는 당연히 불리한 (높은) 금리로 발행이 불가피합니다. 

 

"신종자본증권 이자비용에 고심…한화생명의 선택은?" 대한금융신문

 

일반적으로 영구채는 5년 경과 시점에 조기상환권 행사를 통해 조기 상환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상환재원은 영업에서 발생한 현금일 수도 있고 새로운 영구채 발행을 통한 차환일 수도 있습니다. 발행회사 입장에서 최대 12%까지 이자를 부담하면서까지 영구채를 유지할 이유는 없습니다. 

 

영구채 투자자 역시 조기상환을 가정하고 투자를 진행하고 조건을 조율합니다. 

 

일반적으로 부채비율의 관리가 필요한 기업, 그리고 대규모 투자(Capex) 부담이 큰 기업들이 영구채를 조달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재무건전성에 문제가 없다면 그 자체로 주가에 좋다 나쁘다를 판단할 사안은 아닙니다. 

 

다행히 서진시스템의 경우 지난 12월 이 같은 대규모 영구 전환사채 발행 공시에도 불구하고 4만 원 초반의 주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서진시스템 주가

 

이번 서진시스템과 같은 경우를 보면

 

- 자금의 용도가 무엇인지

- 전환행사가 가능한 주식수가 얼마인지

- 이자부담이 얼마나 더 증가하게 되는지 (부정적 시나리오 하에서도 현금흐름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구채를 발행해서 부채비율이 좋아지니 나쁠 것이 없다. 혹은 이번 서진시스템의 경우 7만 원 까지 주가를 올려서 금리를 2.5%로 내릴 것이다."라는 식의 판단은 일단 올바른 해석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진시스템을 커버하는 증권사들의 사업전망과 실적 기대가 매우 긍정적입니다만, 현재도 이자부담이 큰 편이고, 2,000억 원 수준의 기존 전환사채 물량 등을 감안하면 다소 과도한 투자라는 우려와 함께 향후 보통주 전환 시 물량 부담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신뢰할만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나 내용과 수치에 오류가 있을 수 있으며 매수/매도 등 투자판단의 근거와 책임이 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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