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변화와 이마트의 대응
이마트가 8월 세 가지 소식을 발표했습니다. 2분기 -299억원의 예상보다 큰 영업적자와 8년 만의 자사주 매입, 그리고 1조원 규모의 자산유동화 계획입니다. 그리고 이마트 주가는 신저가를 지속 갱신하면서 시가총액이 3조원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매출액은 2015년 13.6조원에서 17.0조원으로 성장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제자리 걸음입니다.
시가총액은 2017년 7.5조원을 넘은 후 2018년 5조원, 현재는 3조원 아래까지 하락했습니다.
물론 지금의 주가하락은 기업실적, 업계내 이마트의 경쟁력, 자산가치 등을 감안하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적 부진의 원인은 누구나 알고 있듯 대형마트의 부진입니다. 어느새 대형마트는 뭔가 구시대적이고 유행에 뒤떠어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단어가 되고 말았습니다. e-commerce라는 좀 더 트렌디한 유행에 밀린 것입니다. 주말마다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던 문화가 모바일로 쿠팡에서 물건을 주문하고 전지현처럼 마켓컬리에서 새벽 배송을 시키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는 겁니다. 이마트의 가장 큰 경쟁상대는 쿠팡입니다.
이마트 역시 이러한 트렌드의 변화를 모르고 있진 않습니다. 그래서 쓱닷컴(SSG.COM)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와 스타필드, 노브랜드 전문적, 트레이더스 등 기존 대형마트 위주에서 사업을 확장, 다변화하는 시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SSG.COM의 사업실적도 미미하고 전문점은 적자가 지속되는 구간입니다. (SSG.COM은 이마트가 50.1% 지분을 소유한 자회사입니다.) 문제는 이마트가 하고 싶은 모든 일들이 돈이 많이 드는 일이라는 겁니다. 물류 인프라 구축뿐 아니라, 이커머스와 새벽 배송 같은 사업에서는 후발주자이다 보니 마케팅에 대한 자금소요도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배경과 함께 이마트는 1조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대형마트의 자산유동화는 마트가 영업 중인 매장을 펀드나 리츠에 매각하고, 대신 10~20년간 해당 건물에서 적정 임대료를 내고 영업하겠다는 확약을 해주는 방식의 거래입니다. 마트 입장에서는 자산을 효율화하고 현금을 확보하는 대신, 매수자인 펀드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가져가게 됩니다.
상업용 부동산가격도 많이 올라있고 마침 돈도 필요한 상황이니 이마트 입장에선 충분히 선택 가능한 옵션으로 여겨집니다. 장기적으로 자연스럽게 매장을 축소하는 과정의 시작이 될 수도 있을 거고요.
이미 롯데마트나, MBK가 소유한 홈플러스의 경우 몇몇 핵심 부동산(마트)을 유동화해서 펀드 등에 매각한 사례가 있고, 올해 홈플러스는 이랜드코크렙과 같은 상장리츠를 통해 자산을 매각하고 홈플러스 인수 당시 차입금을 상환하려다 IPO 자금모집 부진으로 포기한 사례도 있습니다. 인수자금 부담을 안고 있는 홈플러스는 좀 더 급한 상황이라 자산매각 시도는 어떤 방식으로든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마트의 경우 홈플러스 보다 신용도도 우수하고 첫 유동화이다 보니 더 양호한 자산을 매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이마트가 너무 욕심만 내지 않는다면 무난히 유동화에는 성공할 것으로 보입니다.
스타벅스코리아
그리고 이마트의 경우 손쉽게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하나 더 있습니다. 스타벅스코리아의 지분입니다. 이마트는 현재 20년간 미국법인인 Starbucks Coffee International, Inc.와 JV형태로 설립한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50%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작년도 1조5천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 매출 2조원을 넘보는 기업입니다.
□ 스타벅스코리아 : 2018년 매출액 1조5,224억원, 영업이익 1,429억원, 당기순이익 1,120억원
올해도 지속되고 있는 스타벅스의 고성장과 미국 스타벅스가 EV/EBITDA 20배 정도에서 거래되고 있는 걸 생각하면 단순하게는 스타벅스 코리아의 경우 이마트의 50% 지분만으로도 1조 가까운 매각가치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지만, 스타벅스와 이마트가 결정할 일이겠죠.
실제 미국 스타벅스가 중국과 일본에서 JV의 지분을 인수해서 100% 자회사로 편입한 사례가 있기도 합니다. JV형태로 새로운 시장에 현지기업과 공동으로 진출하고 사업 안정화를 이룬 후 잔여지분을 인수하여 100% 자회사로 편입, 장기적인 사업기반을 재구축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이해됩니다.
스타벅스 글로벌 매장 현황
□ Company-operated Stores : 중국 3,521개 매장, 일본 1,286개 매장 등
□ Licensed Stores : 한국 1,231개 매장 (2019년 지금은 1,300개를 넘었습니다.)
국내 몇몇 언론사들에서도 이마트의 신규투자 상황과 작년도 이석구 대표의 퇴진, 8년 만에 이뤄진 스타벅스코리아의 400억 배당 결정 등 일련의 사건들로부터 스타벅스코리아의 지분 매각 가능성을 기사화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 지분의 향방은 미국 스타벅스 주주들에게도 주요한 관심사 중 하나입니다.
당시 기사를 보면 이마트는 지분 매각 가능성에 대해 원론적으로 부인했습니다. 이마트가 자금이 필요하긴 하나 여전히 사채 발행이 가능한 신용등급이고 재무적으로도 많이 어렵다 할 만한 상황은 아닙니다. 그리고 스타벅스코리아는 여전히 고속성장을 지속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미국 스타벅스 입장에서도 아직 JV의 비중이 절반 가까이 되는 상황이라 한국이 특수한 상황은 아닙니다. 게다가 한국은 스타벅스가 심혈을 기울이는 핀테크를 시험하기 좋은 IT강국이며(국내 유통 1위인 신세계그룹은 분명 훌륭한 파트너이죠), 무엇보다 잘하고 있는 스타벅스코리아를 지금 당장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은 좀 성급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스타벅스 지분을 매각한다면
이마트는 현재 PBR 0.4배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과거 평균 0.8배 대비 절반 이하의 가치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보유 부동산 가치와 마트사업의 기본 현금창출 능력만 생각해도 지금 주가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매력적인 가격입니다.
그러나 자사주 매입과 1조원 규모의 보유 부동산 매각 소식에도 주가는 별다른 반응이 없습니다. 투자자들이 정용진의 SSG.COM, 삐에로쇼핑 등 이마트의 새로운 미래에 대해 아직은 큰 기대를 못한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아직은 성장하는 스타벅스의 지분이 현금보다 이마트 투자자에겐 좋아 보이는 이유입니다.
※ 본 블로그의 모든 글은 개인적인 분석과 의견을 공유하는 내용으로 투자 및 매매에 대한 권유가 아니며 이로 인한 책임을 나눠가질 수 없습니다. 공시자료 등 신뢰할 만한 내용을 근거로 하였으나 사실과 다른 내용과 착오가 있을 수 있으니 투자의 근거로 이용될 수 없습니다.
'산업별 이슈 및 관심 종목 > Consumer Product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메가스터디교육, 청담러닝 등 교육관련주 비교분석 (0) | 2020.04.12 |
---|---|
CJ대한통운 실적분석 및 주가전망 (택배비는 얼마까지 오를까?) (0) | 2019.09.24 |
코스맥스 실적분석과 주가전망 (고밸류 주식의 투자) (0) | 2019.08.13 |
한국콜마 기업분석 (2) | 2019.08.08 |
유니클로 불매운동에 따른 주가영향과 수혜주 (0) | 2019.07.24 |
댓글